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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세미나] [제2차 세미나] 재가불자와 깨달음의 문제   2004-12-08 (수) 10:50
불교여성개…   5,124

백경임(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가정교육과 교수) 출가 수행자만이 깨달음과 열반을 얻을 수 있고 재가 수행자는 아무리 올바른 수행을 하여도 천상과 인간세계에 태어날 뿐이라고 한다면 이것이 과연 정당한 일인가? 사실 이 문제는 이미 부처님 당시에 제기되었다. 어느 날 아시반다카풋다라는 사람이 부처님에게 “모든 존재에 대해 자비심을 가지고 있는 부처님께서 무슨 이유로 단지 어떤 사람에게만 가장 좋은 법을 가르치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느냐”고 따지듯이 물었다. 그러자 부처님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좋은 밭과 보통 밭, 그리고 나쁜 밭이 있다. 경작자는 먼저 좋은 밭에 씨앗을 뿌린다. 그런 다음 보통 밭에 뿌린다. 나쁜 밭에는 씨앗을 뿌리기도 하고, 뿌리지 않기도 한다. 왜냐하면 이 밭에서는 잘해야 짐승에게 줄 먹이 정도밖에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법을 좋은 밭인 비구, 비구니들에게, 보통 밭인 우바새와 우바이들에게 가르친다.....” 부처님은 비구․비구니와 같은 출가자를 좋은 밭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가장 좋은 법인 깨달음과 열반을 성취할 수 있는 최상의 법을 가르쳤다. 그러나 “잡다한 세속적인 일에 관여하면서, 부모를 봉양하고, 자녀를 키우고, 재산을 관리하고, 다섯가지 향락[五慾樂]을 누리면서 살아가는” 재가신자들에게 출가자들이 실천하고 있는 “고행, 청정, 청빈, 선정”등의 수행을 실천하게 하거나 극도로 번쇄한 법과 계율을 익히고 지키도록 할 수는 없었다. 설사 부처님이 재가자들에게 그와 같은 가르침을 베풀었더라도 그것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재가자에게 깨달음과 열반의 길을 가르치기보다는, 보시 공덕의 수행법을 가르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그들이 처한 조건을 감안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재가자로서도 출가자처럼 깨달음과 열반 취득의 수행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런 제도적인 제약을 받지 않고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재가불자가 어떤 길을 걷느냐 하는 것은 개인의 역량문제이지, 교리적으로나 교단적으로 규정된 문제는 아니었다. 잡아함의 출가경(出家經)에서는 많은 우바새와 우바이가 “집에 있으면서 아들․딸을 기르고 다섯 가지 향락을 누리며 향과 꽃으로 장식하면서도, 이 법과 율 안에서” 번뇌를 끊고 성자의 반열인 예류과(預流果)에 이를 수 있을 뿐 아니라, 더욱 고양된 수행의 정도에 따라 일래과(一來果), 아나함과(阿那含果), 아라한과(阿羅漢果)에 오른 사례를 말하면서, 반드시 출가하지 않아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출가하지 않고서도 불교의 최고 이상(理想)인 열반을 성취할 수 있다면 왜 부처님은 제가자들에게 깨달음과 열반을 가르치는데 그렇게 인색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출가수행이라는 어려운 길을 택할 이유가 있었겠는가. 이 문제는 밀린다왕문경에서 밀린다왕에 의해 일찍이 제기되었다. 밀린다왕은 “가정에서 쾌락적인 삶을 살면서도 열반을 이룰 수 있는데 왜 가정을 떠나 고행을 해야 하는가”라고 나가세나 존자에게 물었다. 나가세나존자의 대답은 명쾌하다. “대왕이여, 출가자는 무슨 일을 하든 해야 할 일을 빨리 성취하고 긴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출가자는 ‘간소한 생활’에 만족하고 기뻐하고, 세간(世間)을 멀리하고, 세속과 사귀지 않고, 수행을 열심히 하고 집도 없고 주처도 없고 계율을 완전히 지켜 번뇌의 근절에 힘쓰는 수행자이고 두타행의 실천에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계속하여 비유를 들어 설명한다. “그것은 마치 마디가 없고, 평평하고 잘 다듬어지고 똑바르고 흠이 없는 화살이 빠르게 발사되어 바르게 날아가는 것처럼 대왕이여, 그것과 같이 출가자는 무슨 일이든 해야 할 일을 모두 빠르게 성취하고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 것입니다.” 나가세나의 설명에 의하면 재가자와 출가자의 차이는 출가신분으로 수행하는 것이 열반을 성취하는데 유일하고도 필수적인 조건이 아니라, 단지 재가자의 신분으로서 수행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현대여성불자의 수행과 삶 
여성재가불자의 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