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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정경연 홍익대 교수. |
[현대불교= 신성민 기자]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던 것은 ‘손’을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손으로 글을 쓰고, 도구를 만들었으며, 예술을 했다. 또한 손은 사용자의 인생이 담겨 있기도 하다. 공사장과 농사로 인한 투박해진 노동자의 손부터 대통령의 손까지 다양하다. 그렇지만 손을 보호·보온하는 장갑 안의 손은 손일뿐이다. 대통령이든 노숙자든 장갑 안에서 손은 평등해진다.
일상적 오브제들을 조형화
“창작 작업은 수행의 일환
<반야심경>서 작품 영감”
섬유회화와 ‘장갑 작가’로 잘 알려진 정경연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前 불교여성개발원장)는 일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장갑을 통해 다양한 감성들을 표현한다. 정 교수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11월 29일까지 현대화랑에서 열린다.
정 교수는 이번 전시에서 2000년대 초반의 모노톤의 작업으로 시작해, 1990년대의 설치와 비디오 작업으로 각 종교와 세대간의 화합과 안녕을 기원하고, 근작을 통해서 다양한 색과 재료를 연구함으로써 ‘일상적인 오브제의 조형화’라는 일관된 주제를 보여주고 있다. 전시는 회화작품과 설치작품, 비디오 작품 등 총 30여점으로 구성된다.
정 교수가 자신의 작품 오브제로 ‘장갑’을 선택한 것은 어머니의 따뜻한 모정 때문이다. 홍익대 2학년 재학 중 남편과 함께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정 교수는 추운 겨울 어느 날 어머니가 보내준 소포를 받았다. 그 안에는 면장갑이 들어있었고, 이내 눈물이 쏟아졌다. 행여나 손이 틀세라 보내준 어머니의 마음이 떠오르면서 쭈글쭈글한 할머니의 손부터 면장갑을 끼고 새벽부터 바삐 일하는 환경미화원, 공사장 노동자 등 수많은 손과 장갑의 이미지가 스쳐 지나갔다. 이후 정 교수는 장갑을 통해 다양한 감성들을 표현했다.
정 교수가 40년을 해온 장갑을 통한 조형작업은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 한 개의 면장갑을 4개 혹은 5개로 영역으로 분할해 각각 염색을 하거나 일일이 물감으로 채색을 한다. 이후 말리고 찌고 다림질하고 캔버스에 붙이고 고정시키는 작업을 반복하여 작품 한 점을 완성해 낸다.
이 같은 지난한 작업을 정 교수는 수행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그는 작품의 영감을 〈반야심경〉에서 찾는다고 말한다.
“불교의 〈반야심경〉에서 영감을 받습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의 기본 개념이 함축된 작품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신뢰감을 전할 수 있는 확고한 의지의 작품을 계속해서 만들기 위해 ‘반야심경’에 대한 수행은 계속 될 것 같습니다.”
작품 제목이 무제(Untitled)나 조화(Harmony) 등인 이유도 눈길을 끈다. 어떠한 명제에도 사로잡히지 않는 것이 작품 감상의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나의 작품 제목인 ‘무제’는 제목이 없는 것이 아니라 무한한 제목이라는 뜻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고 다양한 생각을 갖게 됩니다. 명제에 사로잡히지 않고 대중들이 느끼는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직접적이면서도 추상적으로 작품을 구현하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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