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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중국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어 교육을 받고 있다. |
“부부의 인연이 닿아 한국에 왔지만 정작 가족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어요. 외롭고 답답해서 너무 힘들었는데, 스님과 선생님이 한국말도 가르쳐 주고 여러모로 많이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요.”
몽골 결혼이주여성 이진희(25) 씨는 “한국말과 한국 가정의 문화를 가르쳐 준 선생님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 가족의 행복도 없었을 것”이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진희 씨는 2007년 3월 지금의 남편과 부부의 연을 맺고 한국 땅을 밟았다. 남편 하나만을 바라보고 왔지만 가족도, 친지도 없는 타국 땅에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기는 쉽지 않았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정작 남편과도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없었고, 시댁 식구들이 답답해하는 듯한 기색을 느낄 때마다 안타깝고 속상했다. 자연히 소외감과 고독함에 시달렸다.
그러던 중 시누이의 손에 이끌려 간 곳이 매주 일요일 열리는 용주사 한글 교육반. 동병상련의 친구들도 만날 수 있었고, 한글을 배우며 가족들과의 마음의 거리를 좁혀나갈 수 있었다. 낯설고 막막하기만 한 한국 생활에서 용주사는 그녀에게 세상과의 연결 통로인 동시에 친정이었던 셈이다. 게다가 4월 26일 열리는 용주사 이주민 축제를 통해 고향에 갈 수 있는 비행기 티켓도 받을 예정이라 더욱 고마운 마음이다.
다문화 가정이 날로 급증하는 가운데, 이들을 부처님의 자비로 보듬는 불교계 복지관과 사찰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지역 내 외국인 며느리들을 대상으로 3년 째 한글반을 운영해 온 용주사를 비롯해 명절마다 다문화 가정의 화합을 위한 지역 행사를 마련하는 법주사, 고운사 등 많은 지역 사찰들이 이들 가정의 든든한 의지처가 되고 있다.
불교계에서 운영하는 김천시이주민지원센터, 대구 남구건강가정지원센터, 구미 아름다운가정만들기, 오산 행복한이주민센터, 자양종합사회복지관, 명륜종합사회복지관 등의 시설에서도 활발한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해 한글-문화를 지속적으로 교육하는 것은 물론, 개별적이고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이들이 외국인 며느리·아내가 아닌 가족의 한 사람으로 올바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명절을 앞두고는 이주여성들을 초대해 한국 명절에 필요한 음식들을 가르쳐주는가 하면, 각 나라의 문화를 파악해 이들의 향수병을 달래주는 문화 행사도 펼쳐왔다.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가족 모두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돕고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행사도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어 각 지역 내의 호응이 높다.
특히 김천시이주민지원센터, 남구건강가정지원센터 등은 직접 가정을 방문하는 가정지도선생님을 양성해 운영하고 있다. 방문지도사들은 결혼이주여성들에게 단지 한국의 문화와 말을 가르쳐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기본적인 가정 생활을 돕고 그들의 고민까지 돌보며 좀 더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일조하고 있다.
지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문화 가정의 비율이 낮은 서울·경기지역에는 지난해 불교여성개발원이 양성한 다문화전문봉사자 4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중랑구겅강지원센터, 종로구건강지원센터, 영등포건강지원센터 등으로 파견돼, 한글 교육은 물론 다문화 가정의 경조사 도우미 등 한국 문화 적응을 돕는 각종 역할들을 수행하고 있다.
이주민을 돕는 활동들이 이웃종교에 비해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불교계 곳곳에서 다문화 가정을 보듬고자 하는 자비의 손길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김천시이주민지원센터장 진오 스님은 “결혼이주여성들 중 불교 국가에서 온 이들의 비율이 높은 만큼, 스님들이 다문화 가정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앞장서서 보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994호 [2009년 04월 14일 1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