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성산이 뚫리는 데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이 부끄러워 글이나마 가져와 봅니다)
[세계일보 정성수 기자 2004-12-01 17:15]
비구니 지율스님의 목숨을 내놓는 3차례의 단식투쟁 등 불교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경부고속철 건설을 위한 천성산 터널공사가 지난 11월 30일 재개됐다. 불교계에서 천성산을 왜 그토록 사수하려 했을까.
부산 범어사 주지 대성스님에게 그 답을 찾는다.
“천성산을 다시 뚫는다고 하니 지역과 국가의 대운이 새어나가지 않을까 참으로 두렵습니다.”
불교 조계종의 대표적 선(禪) 사찰인 부산 범어사 주지 대성스님은 “국토의 등줄기가 힘차게 내달린 태백산맥의 마지막 정기를 뿜고 있는 천성산이 뚫리고 나면 조상들과 후손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고 반문하고, “매사에 좀더 여유를 갖고 돌아갈 줄 아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성 스님은 백두대간은 외형상 한반도의 골격을 이루고 있지만, 우리 조상들은 그 뼈대 안의 골수까지 들여다볼 정도로 심오한 사상을 지녔다고 말했다. 부산(釜山)이라는 지명에는 ‘불이 있다’뜻이 있고, 창녕 화왕산(火旺山)은 불이 두 개나 있어 이들 지역에서 온천이 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산을 마구 뚫거나 바다를 메워서 아파트 단지를 만드는 행위는 ‘풍수지리’라는 과학을 부정해버리고 천추의 한을 남기는 꼴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스님은 (자연이 대체적으로 잘 보전된) “북한과 통일이 안 된 것이 다행”이라는 한탄의 소리가 왜 나오겠느냐며 걱정했다.
“풍수지리는 미신이 아닙니다. 풍수지리를 기상학으로 발전시킨 나라가 있음을 상기해야 합니다.”
스님은 조상들의 혜안을 수행에 비유했다. 남이 볼 수 없는 것을 들여다보려고 하는 것이 수행자인 것처럼, 우리 조상들은 다른 민족이 보지 못하는 대자연을 꿰뚫고 살았다는 것이다.
그는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처럼 세상을 밝히기 위해 온몸으로 고행하는 수행자들의 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천하명산인 금수강산을 훼손하는 행위는 세계 제1의 관광명소로 꾸밀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님은 정치인도, 국민도 너무 여유가 없고 세상 돌아가는 것이 각박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마음 한번 돌려 먹으면 우주의 주인이 바로 자신인데, 마음을 닫아놓으니 너나없이 남이 잘되는 것을 보면 시기하고 시비거리만 횡행하며, 도통 여유가 생기지 않는 것이지요.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하면 여유도 생기는 법입니다. ”
범어사의 선풍인 ‘감(堪·견딤) 인(忍·참음) 대(待·기다림)’ 정신을 잇고 있는 스님은 “오늘날은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없으나, 기다림은 위대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때론 절에서도 자리다툼을 하고, 종교인도 옹색한 마음을 갖는데 비신앙인은 오죽하겠느냐고 자문하며, 지금은 자기반성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스님은 “마음은 비우는 순간 새로운 에너지가 생성된다”며 “산사를 찾는 순간만이라도 모든 상념을 내려놓으라”고 주문했다.
2004-12-02 오전 10:14: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