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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가던 날
아침 일찍 일어나 길 떠날 준비를 하였다. 돌아가신 시할아버님 내외분의 영을 탑에 모시는 천도제에 참석하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다. 모시기로 한 곳은 진주에 있는 한마음선원이다. 시아버님은 당뇨를 앓고 계신다. 시아버님이 앞으로 가실 곳이며 동시에 우리 내외도 갈 수 있는 좋은 곳을 찾아야겠다며 남편이 열심히 수소문하여 알아낸 곳이다. 3대가 한 탑에 안치될 수 있어 경제적이라고도 한다. 묘지자리가 부족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할 때 아주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이라며 남편과 함께 자화자찬까지 하였다.
진주 한마음 선원은 내가 사는 대구에서 2시간여 걸리는 진주 오방리에 위치하고 있다. 먹을 것을 잔뜩 싣고 코스모스 가녀리게 피어있는 청명한 가을 길을 달렸다. 기분이 좋은 남편의 얼굴을 보니 나도 마치 큰상 받으러 가는 길 인양 흐뭇하고 기뻤다. 시어머님께서 종알종알 풀어 놓는 세상이야기를 라디오 삼아 아들과 함께 4식구가 신나고 행복하게 갔다. 선원에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여 주변을 둘러보았다. 많은 탑들이 이미 제 주인들을 찾았고 화병마다 예쁜 꽃들이 올려져 있었다. 빛나는 햇살아래 다들 편안하게 계신 듯 느껴졌다. 맑은 공기와 소박한 산에 둘러싸인 곳에 그들이 있다. 행복할 것 같았다.
아름다운 법당에 들어섰다. 여러 사찰들을 다녀 보았지만 한마음 선원은 특히나 현대적이면서도 장엄하게 꾸며져 있고 석가모니부처님 한 분만을 모신 것이 특징이다. 예불을 올리고 난 후 천도제를 지냈다. 떡과 과일 그리고 꽃으로 정갈하게 꾸며진 제상을 마주한 채 스님께서 축원의 말씀을 하셨다. 역시나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중간 중간 영가를 부르고 있다거나 부처님의 법문을 들으라고 청하고 있다거나 하는 설명을 해 주셔서 대강의 줄기는 더듬을 수 있었다. 법당 밖으로 나와 영가의 이름이 쓰인 종이를 태우는 것으로 천도제는 끝이 났다.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식이었다. 영혼이 담겨져 있다는 꽃과 청정수를 남편과 내가 나누어 들고 영탑으로 향했다. 영탑 앞에서 간단한 의식을 한 후 봉안을 하였다.
탑에 모실 것을 결정해 놓고도 두 분이 편안하게 생각하셔야 할 텐데 라는 조바심이 내내 들었었다. 탑에 봉안해 드리면 부처님의 품안에 계신 거나 마찬가지라 행복하실 것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실제로 그러하실까, 후손마음대로 했다가 영가 분들이 불편하게 생각하시면 어쩌나 하는 생각 때문에 망설이기도 하였었다. 영의 세계와 육신의 세계를 아직은 다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러나 영가들은 마음으로 소통한다는 말씀을 듣고 진심으로 빌었다. 행복하시라고, 못 다한 꿈 ,못 다한 사랑, 못 다 이룬 세상사들 다 잊으시고 그저 행복하시라고 말이다. 그 마음을 들으셨을 거라고 믿는다. 진심을 아시고 받아주셨을 거라고 믿는다.
2004-10-04 18:29:02
* 송미경 회원님의 글을 게시판에 옮겨놓았습니다. 좋은 글 보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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