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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이렇게 키워요] 아이들과 함께 명상하기   2004-09-30 (목) 10:19
한주영   9,779

아이들과 함께 명상하기


표현력 부족한 아이 마음의 짐

화해·지우기로 덜어낼 수 있어





민규가 네 살 때 청년회에서 가는 수련회에 데리고 갔었다. 민규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얌전히 있었기 때문에 일행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었다.

이번에는 저녁에 화해하기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미워하는 사람,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던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고백하는 글을 쓰고 그 종이를 태운 후 탑돌이를 하였다. 탑돌이를 마치고 민규에게 물어보았다. “너는 뭐라고 썼니?” 민규는 “친구들 미워”라고 썼다고 했다. 나는 깜짝 놀랐다. 언제나 천진하고 밝기만 한 줄 알았던 아이에게 미움이라는 것이 자리하고 있다니. 이유를 물어보니, “친구들이 괴롭힌다.”고 했다. “지금은 어떠니?”라고 묻자, 아이는 “없어졌죠, 태워버렸잖아요.”라고 한다.

물론 네 살 짜리 민규가 한글을 깨친 건 아니고 그냥 낙서를 하면서 자기 나름대로 마음을 내 놓은 것이다.

이 일이 있은 후 나는 아이들과 명상하기를 즐겨했다. 민규는 소심하면서 마음이 여려서 상처를 많이 받는 편이다. 그때마다 민규에게 지우기 명상을 가르쳤다. 마음 속에서 당시의 장면을 떠올려 그것을 종이라고 생각하고 구겨서 휴지통에 버리고 그 휴지통도 발로 뻥 차버리라고 했다. 민규는 잘 따라했다.

또 한번은 민규와 민규의 사촌에게 이면지를 잔득 가져다 주고 펜을 주면서 손으로는 마음대로 그리고 입으로는 미운사람 이름을 대며 ‘누구 미워요’라고 쓴 후 그 종이를 마음껏 찢어버리도록 하였다. 민규는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선생님, 친구들 가까운 사람들 이름을 모두 불렀다. 한 두 번 그렇게 하더니 미운 마음이 다 없어졌다고 했다. 아마도 한번쯤 미웠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민규의 사촌은 엄마, 아빠에 대한 미움이 대단히 컸다. 한참을 했는데도 끝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이는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고 그것을 즐기는 듯했다.

힘이 들만큼 긴 시간동안 찢기를 계속했다. 아이의 표정이 점점 밝아졌다. 이윽고 아이는 아주 홀가분하다는 표정으로 작업을 마쳤다.

하루는 화두를 들다가 잘 안잡혀서 허심 삼아 민규에게 “너는 누구냐?”라고 물었다. 민규는 “윤민규요.”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나는 “윤민규는 이름이고, 너는 누구냐?”라고 물었다. 한참을 있다가 민규는 “너는 누구냐?”하고 나에게 되물었다. 순간 그 말이 네 마음에 확 들어오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주영/불교여성개발원 연구과장

hjy314@hanmail.net


< 법보신문 2003-07-30/716호 >
 

[우리 아이 이렇게 키워요] 민규의 여름방학생활 
'[우리 아이 이렇게 키워요] 약이 되는 매, 상처가 되는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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