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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은수 교수는 ‘불교인’이라는 개념은 “불교적 사고에 따라 행동하는 이”라고 설명했다.
조은수 서울대 철학과 교수(대담=심준보 동국대 인도철학과 강사)
<불교철학은 흔히 우울과 불안으로 점철된 현대사회의 대안으로 제시되곤 한다.
원효 대사의 일심사상, 마음의 본성에 대한 연구로 불교철학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는 조은수 서울대 교수를 만나 현대사회에서의 불교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여성불자 한국불교 밑바탕, 자아실현 기회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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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18일 (금) 19:34:04 정리=최연순 기자, 사진=이강식 기자 comingsoo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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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준보(이하 심): 불교철학 관련 세미나 참석과 논문발표 등 여성철학자로서 활동기반을 차근히 넓혀가며 불교계 파워리더로 손꼽히고 계십니다. 근황은 어떠신지요?
조은수(이하 조): 한동안 규장각 연구원에서 세계철학자대회 사무총장직을 맡아 활동했습니다. 미국 학계의 활동방식과 관심분야, 방법론과 차이가 많아 적응하는데 시간을 많이 보냈죠. 그러다가 작년 불교철학 담당 교수님 한 분의 자리가 비게 되면서 불교철학 강의의 기반을 잡고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집중했습니다.
최근에는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소장직을 맡게 돼 ‘마음’에 대한 철학적 성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이 프로젝트에서 진행된 강연과 원고를 모아 올해 겨울 서양철학 2권, 유교 1권, 불교 1권을 책으로 출간할 예정입니다.
심: 서울대 개교 이래 여성으로서는 처음 철학과 교수로 임명되셨습니다. 교수님이 불교철학자라는 것 뿐만 아니라 여성 ‘철학자’라는 데 세간의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조: 전통이 깊은 국립대 철학과에 첫 여성교수로 부임하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고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할 일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교식으로 말하자면 받은 것이 있으니 회향해야 마땅하다고 해야할까요? 한국사회에서 성차별은 여성의 비율이 문제가 아니라 의사결정과정에서 배제된다는 점이니까요. 제가 교수로 부임한 이후 학내 문화와 정책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계속적으로 변화를 이끌어낼 생각입니다.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네요.
심: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불교철학의 길로 회향하셨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조: 서울대에 입학하자마자 총불교학생회에 가입해서 활동했습니다. 아마 어릴 적 어머니를 따라 생일상 앞에서 축원을 하고, 쌀을 담아 산사를 찾곤 했던 기억이 바탕이 되어서겠지요. 처음에 어머니가 원하시는대로 약대로 진학했지만, 개구리 발에 전기를 흘려보내고 해부를 하는 등 생체실험을 하다보니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걸 깨달았습니다.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에 달항아리가 있었는데, 미국 유학을 다녀오신 스님과 달항아리를 관람하며 대화를 나누면서 불교철학을 향한 의지를 굳히게 됐습니다.
심: 불교계 여성의 지위는 상당히 낮습니다. 여성재가신도들의 신행생활을 소위 ‘치마불교’로 격하하는 경우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 제가 한국에 와서 놀란 점은 한국에서는 여성에 대한 연구를 다른 학문과 별개로 생각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실제로 불교사와 불교문헌에는 신행자로서의 여성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불교사를 얘기하고, 불교문헌을 거론하면 여성을 포함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도 한국 내에서는 여성이 소수자이기 때문에 제2의 성으로 취급당하고 있습니다. 점점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 자신의 학문적 발전에 집중하는 것보다 사회에 기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초 조계종 내에 ‘불교여성연구소‘를 설립하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연구소에서는 비구니 위상, 여성신도에 대한 부당한 처우 개선 등 이념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불교에서 남녀를 구분하는 것은 역할의 분담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의 모습은 비구스님과 재가여성신도의 대치구도로 흘러가는 분위기입니다. 얼마 전 열린 불교학술대회에서 한 발표자가 ‘여성신도들은 교리공부도 하지 않을 뿐더러 기복불교에만 의지한다’며 치마불교 때문에 한국불교의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발표가 끝난 뒤 대회에 참석한 나이가 지긋한 한 보살님이 “우리가 지금까지 지원해서 (불교학자들) 다 키워놨더니 저런 얘기를 한다”고 하시더군요. 그 모습을 보고 너무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여성의 힘으로 올라선 한국불교인데, 여성에게 회향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독교만 해도 교단 내에서 여성신도들에게 참정권을 주고, 자기 자신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고 있습니다. 또 여성신도 전용공간인 여전도회관에 가면 다양한 임파워먼트 강의뿐만 아니라 취업교육, 취업상담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교육과정에서는 교육을 받은 만큼 사회에 나가서 봉사를 하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또 목사님들이 설교를 할 때 가정생활에서 모범을 보이라고 강조하는데, 이런 부분에서 여성신도들이 많은 힘을 얻는 것이죠. 절은 어떻습니까? 부부가 함께 절에 가면 주지 스님은 ‘여자이기 때문에 업장이 두껍다’고 하면서 부인에게 하대합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여성신도들이 도대체 왜 신행생활을 해야하는가하는 의문이 들지 않는 게 이상한거죠.
심: 지난 7월말 사단법인 소백산지킴이에서 개최한 ‘불교의 생명사상과 생태ㆍ환경을 위한 역할 과제’ 공개토론회에 발표자로 참석하셨습니다. 불교와 생태, 어떤 관련성이 있습니까?
조: 불교생명윤리는 서구에서 먼저 주목한 개념입니다. 인간이 세계의 중심이 아니라 일부일 뿐이라는 것이죠. 현재 그 의미에 대한 천착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실천이 필요한 시기죠. 스님들은 생태적인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신도들에게 이런 행동강령이 잘 전달되고 있는가를 묻는다면 아마 대부분은 아니라고 대답할 겁니다.
불교는 기본적으로 자연을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고 우리가 자연의 일부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의 문제는 또 다릅니다. 우리가 불교인이 된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불교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한다는 뜻이 아닙니까? 그런데 실제로 그렇지 못합니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 자신을 변화시킬 구체적인 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죠. 서양에서는 이미 자기 자신의 발전을 위해 자연을 훼손했던 것, 즉 자기중심적 이기주의를 반성하고 더 이상 삶과 자연을 흐트러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불교에서 ‘무아’의 개념으로 자연과 우리가 하나이자 동격이며 우리도 세상의 중심이지만 그들도 하나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면 자연히 생활에 변화가 올 것입니다. 나아가 자연보호의 소극적인 개념이 아니라 사회평등 같이 넓은 의미의 평등까지도 볼 줄 알아야 합니다. 불교의 ‘위대함’은 바로 이런 사회참여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기 때문이죠.
심: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장을 맡고 계십니다. 동양사상, 특히 불교사상이 현대철학계를 선도해 나가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조: 우선 젊은 학자들이 많이 나와서 동양철학과 세계철학이 소통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최근 학계에서 한국불교에 대한 논문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에 반해 소통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국제학술대회에서 본인의 논문을 영어로 번역해 발표하는 데는 공을 들이지만 실제로 영어로 발표된 논문을 읽는 연구자는 별로 없습니다. 남의 얘기를 듣는 데 소홀한 것이죠. 나의 얘기를 하고 싶으면 남의 얘기도 들을 줄 알아야합니다. 한국불교라고 해서 한국인이 항상 전문가일 수는 없습니다. 또 고전도 좋지만 최근의 연구성과를 항상 주시해야 하겠죠.
원효대사의 일심사상은 살아 숨쉬는 인간을 긍정하는 얘기입니다. 화엄법계는 현실세계 뒤에 있는 종교적인 세계를 얘기하지만 원효 대사가 말한 것은 현실적인 부분입니다. 오늘날의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이죠. 스티브 잡스의 경우만 해도 그렇습니다. 한 개인이 불교사상을 가지고 회사를 운영함으로써 미국사회, 나아가 전 세계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까? 불교인이라면 자기자신의 지식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불교의 가르침을 적극적으로 재해석해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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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수(54) 심준보(45)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장 동국대 인도철학과 강사
서울대 철학과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백화도량 상임법사
UC버클리대 불교철학 박사학위 (사)한국요가연합회 출제위원장
번역서 〈출가 10년 나를 낮추다〉 경북대 동서사상연구원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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