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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숙 회장은 여성불자들에게 나와 내 가족을 넘어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발전하고 진보하는 사람이 되라고 강조했다.
▲ 최정희 국장(왼쪽)과 김인숙 교수(오른쪽)가 대담을 나누고 있다
49 김인숙 여성불자 108인회 회장(대담=최정희 전 현대불교신문 편집국장)
2011년 10월 21일 (금) 17:36:44 정리=최연순 기자, 사진=이강식 기자 comingsoo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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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에서 여성불자들의 위치는 확고하지만 여성불자들의 사회활동은 아직 미약하기만 하다. 국민대 교수와 불교여성개발원장을 지내며 여성불자들의 의식개선에 힘썼던 김인숙 여성불자 108인회 회장을 만나 여성불자들의 역할과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여성불자 ‘가족 위한 기복’ 사회로 확산시켜야”
최정희(이하 최): 여성불자의 리더로, 한편으로는 예술가로서 제2의 삶을 살고 계십니다. 근황이 궁금합니다.
김인숙(이하 김): 국민대 재직 시절에 동료 교수들이 은퇴 후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보며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준비할까 미리부터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취미생활인 공예를 살려 2003년 ‘구슬정원’이라는 첫 작품 전시회를 열었고 지금까지 작업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매일 밤 9시부터 새벽 2, 3시까지 작업을 하는데 그 동안은 아무 잡념이 없고 마치 참선을 하듯이 마음이 가라앉고 평안합니다.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집중해 내가 만들어낸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할 뿐이죠. 작업을 하고 있노라면 스님들께서 왜 참선을 하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습니다.
최: 선생님에게 불교란 무엇입니까?
김: 삶의 전부가 아닐까 싶습니다. 불교를 떼어낸 김인숙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매일 아침마다 예불하고 부처님께 인사를 드리는 게 자연스러울 정도로 생활 전체에 불교가 녹아있는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항상 종교에 노출돼 있었는데 미국에서 결혼해서 살면서는 귀의할 곳이 없어 영국 성공회에 열심히 다녔습니다. 그런데 한 번도 내 집 같은 느낌이 없었죠. 그 뒤 아버지가 뇌출혈로 급히 돌아가셔서 한국에 다시 돌아왔을 때 기력이 쇠한 어머니를 모시고 다니다보니 자연스레 불교와 인연이 맺어졌습니다. 불교에 귀의한 뒤부터는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죠.
최: 김의정 조계종 중앙신도회장과 함께 한국불교계를 이끄는 여성불자의 큰 축으로 꼽히십니다. 자매가 함께 활동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인데 이것 역시 고 김미희 여사의 영향인가요?
김: 어머니는 어릴 적부터 “니가 잘하고 못한 것이 컴퓨터에 저장돼 있어서 죽어서 부처님 앞에 가면 그게 쫙 나온다. 그러니 항상 행동을 조심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매순간 바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야한다는 마음을 먹었던 것 같아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너무나 슬픈 마음에 어머니께 “어머니가 그렇게 열심히 부처님을 믿고 따르는데 아버지가 이렇게 돌아가실 수가 있나요”했더니 어머니께서는 “너희와 내가 아버지와의 좋은 인연을 전생에 닦지 못해서 이렇게 가셨다. 좋은 인연을 가지려면 이생에서 더 닦고 노력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남편을 잃은 미망인이 했다고는 믿을 수 없는 얘기였죠. 어머니가 그런 삶을 보여주시지 않으셨으면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김의정 회장이 다도와 신도회에 자신의 열정을 다 바쳐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어머니가 하시던 일을 우리 자매가 회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최: 불교여성개발원 원장을 2차례 역임하셨습니다. 개발원을 통해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여성이 늘고 있는데, 개발원 설립 이전과 이후 무엇이 바뀌었습니까?
김: 국민대에 있을 때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인 손명순 여사가 전국의 모든 여성단체를 청와대에 초청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불교단체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 때 어떻게든 불교여성단체를 만들어 우리도 살아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보이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퇴직 이후 원장 직을 맡게 됐죠. 불교계에서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우리를 인정해줄 수 있도록 사단법인 ‘지혜로운 여성’을 만들었습니다. 지혜로운 여성을 여성부에 등록하고 나서부터는 정부에 연구비도 신청할 수 있고, 대외적인 활동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습니다.
개별 사찰에서는 여성불자들의 힘이 세지만 여성들은 보통 조직생활을 경험해보지도 못했고 가정만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불교여성개발원이 생기면서 개개인의 역량을 집결시킬 수 있는 ‘조직’이 탄생하게 된 거죠. 개발원 초기에는 조직생활을 이끌 수 있는 인물을 찾는 게 정말 어려웠는데 지금은 각기 다른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여성불자들이 많아져 회원 누구에게 108인회 강의를 맡겨도 소화할 수 있을 정도가 됐습니다. 개발원의 목표인 여성불자들의 의식변화와 지도자 양성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죠. 큰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최: 기존의 여성불자들은 기복불교가 신앙생활의 중심이었습니다.
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이 변한 것이 가족의 형태입니다. 30여 년 전만해도 노인들만 사는 가정이나 미혼모ㆍ편부모 가정, 독신가정, 동성연애자가족 등은 상상도 하지 못했죠. 가족의 형태는 기복불교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가족이 해체되면서 내 가족의 안녕과 행복, 즉 복지를 국가에 요구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렇게 달라지는 사회에 맞춰 불교계도 변화해야만 합니다.
여성불자의 기복신앙은 모성애가 가장 잘 반영된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내 가정’에서만 그치는 게 문제입니다. 이제는 좋든 싫든 모습이 달라져야 합니다. 기복불교에 대한 부정적인 모습을 벗어버리고 자신의 에너지를 가족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사회의 기복으로 확산시켜야 합니다. 단체를 통해 봉사도 하고 또 나아가 다른 여성불자들을 이끌어야 합니다.
최: 사회학을 전공하셨습니다. 학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불교계, 어떤 모습인가요?
김: 지금처럼 스님 위주의 불교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스님들 자체가 변화를 인지해야합니다. 교리를 바꾸라는 것이 아닙니다. 사찰 운영방법과 승려 교육 등을 사회 변화에 맞춰가야 한다는 뜻이죠. 아무리 좋은 방식이라고 해도 사람들이 원하지 않으면 쓸모가 없습니다.
당장 가정에서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어하고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가 있다고 칩시다. 이런 부모에게 1080배를 하라, 천도재를 지내라하면 부모들 귀에 들리기나 하겠습니까? 각 가정 현실에 도움이 되는 불교가 되어야죠. 부처님 교리도 중요하지만 이를 신도들의 생활에 당장 도움이 될 수 있는 학문과 연계해서 가정에 해답을 줄 수 있는 전문가를 키워내는 것이 현대 사회에 맞는 ‘맞춤불교’ 아니겠습니까? 뇌과학과 불교를 연계해 현대어로 해석해준다든지, 아이들이 왜 자살을 시도하는가를 이론적으로 설명해주고 예방법을 일러줄 수 있는 전문가 말이죠. 이를 위해서는 승가의 교육지원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합니다.
얼마 전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어머니가 20년 동안 모은 돈으로 미국 뉴욕 북쪽에 땅을 사고, 홍라희 씨 등 그 일가가 150억을 내서 참선센터를 크게 건립했다는 보도가 난 적이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참선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줌으로써 불교신도가 아니라도 서로 융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바로 진정한 포교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게 바로 만공 스님이 말씀하신 세계일화라고 생각합니다. 불교도 이제 세계화에 나서야 합니다.
최: 불교계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기 위해서 여성불자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김: 꼭 여성불자 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조금 더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신문을 읽고, 매사에 관심을 가지다보면 남과 사회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무언가 배우는 것이 생깁니다. 아이들을 다 키워내고 독립시켰다고 해서 인생의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정말 끝이 되는 것이죠. 수행이든 참선이든 사찰음식이든 끊임없이 배우고 발전하고 진보했으면 좋겠습니다.
남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관세음보살의 자비행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저는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10가지 선행을 하겠다고 다짐합니다. 그게 그리 거창한 일은 아닙니다. 전화를 받을 때 목소리를 가다듬고 웃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것 등 아주 사소하고 간단한 것입니다. 큰 보시만이 자비행은 아니니까요.
지혜로운 여성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하고, 자기 개발에 힘써주길 기대합니다.
김인숙(72)
ㆍ 미국 뉴욕대학교 사회학 석사ㆍ연세대학교 사회학 박사
ㆍ 전 불교여성개발원장
ㆍ 국민대 명예교수
ㆍ 현 여성불자108인회 회장
최정희(65)
ㆍ 전 불교신문 기자(20년 근무)
ㆍ 전 현대불교신문 편집국장
ㆍ 현 불교방송 ‘BBS 초대석’ 진행
ㆍ 저서로 〈한국불교전설 99〉, 〈잘 사는 법 9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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