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되는 매, 상처가 되는 매
민규는 누구나 인정하는 것처럼 온순하고 착하다. 그런 민규도 가끔은 매를 맞는다. 내가 처음 민규를 때린 건 민규가 다섯 살 때이다. 민규와 나는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서 작은병에 든 쥬스를 하나 사가지고 왔다. 민규는 쥬스를 가지고 방으로 들어가고 잠시후 들어가 보니 방바닥에 쥬스가 쏟아져 있었다. 실수로 그랬나보다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바닥을 닦고, 밖으로 나가 무언가를 하다가 다시 들어와 보니 이번에도 또 쥬스가 쏟아져 있었다. 그래서 “너, 먹기 싫어서 일부러 쏟았지?”라고 물어보았더니,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예”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나는 먹을 것을 버리는 것은 죄악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매를 찾아들고 일어나서 종아리 걷으라고 했다. 민규는 무서워하며 움츠리기만 하였다. 그때 나는 또 이런 생각을 했다.
‘처음 매를 들었을 때 무섭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누군가로부터 들은 듯한 말이다. 겁을 잔득 먹은 아이에게 일어나서 종아리를 걷지 않는다고 머리와 등을 때리며 일어나라고 다그치자 하는 수없이 울면서 일어났다. 종아리를 한대 때리고는 안아주면서 왜 음식을 함부로 버리면 안 되는지 이야기해 주었다. 아이는 울면서 잘못했다고 했다.
그런데 두고두고 그 일이 마음에 걸렸다. 어느 날 나는 민규에게 그때의 일을 물었다. 벌써 몇 달이나 지났을 때인데도 민규는 그 일을 너무나 상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엄마의 표정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엄마가 때린 곳이 어디인지, 그때 얼마나 엄마가 미웠고 억울했는지 등을.
민규는 그때 자기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도 확실히 모르고 “예”라고 대답했던 것이다. 나는 민규에게 그때의 기억을 떠 올려 마음속에서 지우기를 하라고 가르쳤다. 민규는 잘 지워지지 않는다고 했다. 지워도 자꾸 다시 떠오른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엔 종이에 “엄마 미워”를 속이 풀릴 때까지 쓰고 그 종이를 마
음대로 찢어버리도록 했다. 그래도 깨끗이 지워지지 않은 것 같아, 매를 들고 내 종아리를 때리게 했다. 놀랍게도 민규는 아주 힘껏 때렸다. 나는 아픔을 느끼며 아이가 얼마나 상처가 컸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민규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
이렇게 우리는 이 문제를 풀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체벌이 얼마나 큰 상처를 줄 수 있는지를 상기하며, 이후부터 나는 체벌할 때는 아이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먼저 살핀다.
한주영/ 불교여성개발원 연구과장
hjy314@hanmail.net
< 법보신문 2003-07-16/714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