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생기면 나아질까?
무조건적인 조부모 사랑에 아이의 자립심 점점 약해져
엄마, 아빠의 사랑과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은 차이가 있다. 엄마 아빠는 자녀와의 관계에서 어느 정도의 이성적인 선을 만든다. 그래서 옳고 그른 것을 가르치고 되는 것과 안되는 것 사이에 명확한 선을 긋는다. 그런데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렇지 않다. 무조건적이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뭐든 다 들어주고 싶어한다.민규는 그런 것이 유난히 심한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났다. 특히 할아버지는 민규 뒤를 따라다니시며 온갖 수발을 다 들어 주셨다. 그러다 보니 민규에게는 스스로 하려고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알아서 해주기를 바라는, 소극적이고 의존적인 태도가 자라났다.(물론 본래 타고난 기질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 붙여준 민규 별명은 “급할 것이 없는 민규”였고, 동네에서 붙은 별명은 “어설픈 윤민규”였다. 교계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네 집과 우리 집은 같은 빌라 위 아래 층에 살았다. 그 집에는 민규 보다 두 살 어린 여자아이(리해)와 또 두 살 아래 남자아이(진형)이가 있었다. 그런데 민규는 처음 이사 와서 리해에게 장난감을 빼앗기고 우는 게 일이었다. 차츰 서로 적응이 되면서 그런 일은 없어졌지만 오빠나 형처럼 의젓해 보이지가 않았다. 대범하게 양보를 한다거나 자신 있게 이끌거나 하지 못하고 똑같이 놀고 똑같이 싸웠다.
여섯 살이 되어서도 옷 입고 벗는 것, 밥 먹는 것, 씻는 것 등 일상의 모든 일과를 할아버지가 뒤따라 다니며 처리해 주셨다. 아버님께 그러시지 말라고 말씀드려도 소용없었고, 민규를 야단쳐도 소용없었다. 때로는 포기했다가 때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규제를 하는 일이 반복됐다. 그러다가 ‘동생이 없어서 그런가'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동생이 생기면 스스로 하려는 책임감도 생기고, 사회성도 발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그동안 부모님이나 주변에서 ‘아이가 둘은 있어야 한다’며 둘째 낳으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지만, 둘째는 생각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아이가 혼자이기 때문에 배우지 못하는 부분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드디어 둘째를 갖기로 결심했다.
한주영(불교여성개발원 연구과장) hjy314@hanmail.net
< 법보신문 2003-04-30/704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