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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05-06-29 18:09]
“우리의 본원적인 불성은 남성도 여성도 아니다. 그러니 성적 차이에 너무 매이지 말아야 한다. 여성은 강하며 모든 면에서 정신적 수행길을 걸어갈 능력이 남성과 다를 바 없다”
티베트 불교의 유일한 비구니이자 12년 설산고행의 영적지도자 텐진 팔모스님이 한국을 찾았다.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여성개발원 초청으로 내한한 스님은 여성수행자들이 자신들만의 특유한 능력과 자질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0일부터 7월28일까지 한달간 국내에 머물면서 ‘법과 사랑 나눔’을 주제로 순회강연하는 텐진 팔모스님은 영국인으로 티베트에 귀의한 비구니 스님. 밀라레파의 뒤를 이어 1976년부터 12년간 히말라야 석굴에서 홀로 기거하며 명상수행해 티베트 여성들의 영적스승으로 꼽힌다.
어릴 적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는 부모 밑에서 자라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카르멜회 수녀가 되고 싶었다는 스님은 “어느날 티베트 불교를 소개한 소책자를 본 뒤 티베트 불교에 매력을 느껴 인도로 향했다”고 자신의 불교입문과정을 밝혔다.
하지만 스님의 수행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여성에 대한 벽이 워낙 높은 티베트 불교계의 전통 때문이었다. 비록 티베트 불교 8대 활불인 캄트룰 린포체를 만나 ‘여성수도자는 승려가 될 수 없다’는 불문율을 깨고 승려가 됐지만 여전한 여성차별에 고초를 겪어야 했다. 스님은 “비구들만의 승원에서 유일한 여성수행자였다는 점이 항상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끼게 했다”며 “그래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 없었고, 불교의 지혜와 수행에 접근하는 방법이 차단돼 있었다”고 당시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스님은 ‘여성의 몸으로 붓다가 될 것’이라는 서원을 세우고 인도 최북단 히말라야 산속의 석굴에서 12년간을 명상했다. 이후 스님은 티베트 불교계의 여성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여성교육에 진력하고 있다.
스님은 “전통적인 율장은 여성도 해탈을 이룰 수 있지만 남성 아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명시해 여성이 주지나 승원장이 되기가 어려웠다”며 “이는 비구니들로부터 교육의 기회와 함께 자신감을 박탈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일은 비구니들이 자신감을 회복하는 일이며 이는 교육을 통해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티베트의 타시종에서 ‘동규가찰링 비구니 승원’을 운영중인 스님은 “매년 3개월간 해외 법문을 하면서 티베트불교를 전세계에 전파하고 있고 이번 방한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밝혔다.
한국불교의 비구니 상황에 대해 스님은 “여전히 남아있는 차별 문제에도 불구하고 한국 비구니들은 세계 모든 불교여성들이 닮고 싶어하는 모델이자 영감의 원천”이라며 “이는 덕높은 비구니스님들로부터 탁월한 지도를 받고 있고 비구니만의 법맥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현재의 자리에 만족하지 말고 좀더 독립적인 위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님은 30일 서울 우이동 도선사에서 ‘일상생활속에서 자비의 실천’을 주제로 강연을 시작해 봉은사 (7월7일), 불광사(7월10일), 능인선원(7월18일)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강연한다. 김천 청암사, 청도 운문사, 공주 동학사에서는 비구니스님들이 그의 강연을 듣게 된다. 또 7월2일 경기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13일에는 밝은세상 명상아카데미에서 강연할 예정이다.
(02)722-2101.
〈배병문기자〉
2005-06-30 오전 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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