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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여성개발원 ‘혼인준비교실’ 현장
“진솔한 대화로 한마음 돼야”
8월 28일 오후 3시 강남 봉은사 보우당. 불교여성개발원(원장 이인자) ‘혼인준비교실-준비하는 결혼, 행복한 가정’ 프로그램에 참여한 열 다섯 명의 젊은 남녀가 열을 지어 앉아 그림그리기 삼매에 빠졌다.
이들이 집중하고 있는 것은 릴레이 그림잇기 과제. 앞에 앉은 사람이 그린 그림을 10초간 본 뒤, 기억나는 대로 그려서 뒷사람에게 전달하는 과제다. 그러나 시종일관 진지한 자세로 펜을 굴리는 이들의 바람과는 달리, 부엉이의 모습은 뒤로 넘어갈수록 눈사람의 형상으로 변해간다. 멀찍이 서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이영호 성균관대 생활과학부 교수가 처음 그림과 마지막 그림을 함께 들어 보이며 입을 연다.
“부엉이 그림이 사람들의 손을 거치는 동안 눈사람으로 변하듯, 말을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오해가 생길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화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지요.”
‘대화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참가자들은 에고그램(egogram) 테스트에 몰두한다. 총 50개의 설문에 답하여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면 파트너와 서로 맞춰본다.
“두 분의 경우엔 ‘보호적인 기질’을 뜻하는 NP가 각각 34점과 41점으로 비슷한 수치를 보이네요. 이런 경우엔 이해심이 깊은 원만한 커플이 될 수 있다는 뜻이죠. ‘통제적 기질’을뜻하는 CP는 두 분 다 낮네요. 서로 간섭을 하거나 비판하는 일은 별로 없을 것 같아요.”
이 교수는 대화의 시간은 가지도록 하되, 각자의 특성과 양자간의 본질적인 차이를 긍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차이를 차이대로 인정하면 내 방식만이 옳은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 뒤따른다. 그 같은 판단 위에서 풀어가는 진솔한 대화가 있다면 그 어떤 의견대립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러한 대화의 기술에 불교를 접목시킨 강의는 특히 눈길을 끌었다. 이 교수는 의견 차이가 있을 때는 불자들의 네 가지 윤리적 자질인 ‘자비희사(慈悲喜捨)’를 늘 기억하여 상대방에게 실천하는 기회로 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자비희사란 △모든 존재에게 보편적인 사랑과 관심을 갖고(慈) △진심으로 슬픔에 공감하며(悲) △기쁜 일은 함께 기뻐하고(喜) △마음이 언제나 평온하고 집착이 없는 상태에 있는 것(捨)을 말한다. 이 교수는 특히 ‘비’와 ‘희’ 정신의 경우 가족 구성원 간의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전한다.
백경임 동국대학교 가정교육학과 교수 또한 ‘불교와 결혼생활’ 강연을 통해 “남편과 아내는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같은 시간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연기적 존재”라는 뜻을 전했다. 네가 곧 나이고 내가 곧 너이기 때문에 양보와 이해의 발심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백 교수는 “결혼생활의 모든 덕목은 곧 불교의 근본정신과 다름없으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꾸리는 것이 다름아닌 불법의 실천”이라는 메시지로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여자친구와 함께 강연을 들은 박선영(동대문구 이문동ㆍ27) 씨는 “가끔씩 다툴 때면 ‘왜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감정으로 화가 치솟았는데, 게임을 통해 근본적인 차이를 발견하고 나니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차이에 대한 대화를 조금 더 나누기로 했다”며 밝게 웃었다.
청년 불자들을 위한 불교상담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있는 파주 보광사 학송 스님은 “청년 불자들의 가정문제 상담에 여러모로 응용이 가능한 프로그램이었다”고 말했다.
불교여성개발원은 ‘혼인에 대한 철저한 준비교육으로 결혼 후 갈등을 최소화한다’는 취지 하에 올해 안에 강좌를 두 번 더 마련한다. 이와 함께 ‘행복한 불자가정’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혼한 불자를 위한 치유상담 프로그램 및 임신한 여성불자를 위한 명상태교 프로그램 등도 시작할 예정이다. (02)722-2102
강신재 기자 thatiswhy@buddhapia.com
2004-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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